사우스웨스트 사고 항공기 엔진 '금속 피로'
17일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해 텍사스주 댈러스로 향하던 도중 엔진 폭발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공항에 불시착한 사우스웨스트항공 여객기의 사고 원인이 엔진의 ‘금속 피로(metal fatigue)’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본지 4월 18일자 1면> 사고 직후 조사에 착수한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예비조사 결과 엔진에서 ‘금속 피로’의 증거가 발견됐다고 18일 발표했다. 로버트 섬월트 NTSB 위원장은 “엔진의 팬 블레이드(blade) 하나가 분리돼 사라졌다”며 “블레이드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이탈한 것은 ‘금속 피로’의 증거”라고 말했다. ‘금속 피로’는 금속 재질의 장치에 반복적인 응력(stress)이 가해져 내부 균열이 생기고 강도가 점차 약해져 충격에 쉽게 변형되는 상태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주기적으로 강한 진동을 받거나 고속 회전하는 금속 재료에서 많이 발생한다. NTSB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 엔진에서 떨어져 나간 덮개 부분은 필라델피아에서 70마일 떨어진 펜실베이니아주 번빌에서 발견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정밀 조사에는 12~15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게리 켈리 사우스웨스트항공 최고경영자(CEO)는 17일 댈러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비행기가 이틀 전인 15일 점검을 받았으며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이 비행기는 2000년 매입했으며 그 동안 엔진 등이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사고기에는 CFM56-7B모델 엔진이 장착됐는데,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사프란SA의 합작사인 CFM이 제작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여객기 기종인 보잉 737에 대부분 쓰였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CFM56 시리즈 엔진이 달린 보잉 737 기종에 대해 향후 30일 간 추가 점검을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도 오는 11월까지 보잉 737 여객기 엔진에 대한 전면 검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보유한 보잉 737 여객기의 20~30%가 사고기와 동일한 유형의 팬 블레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NTSB는 사망자 신원도 공개했다. 사망자는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출신 웰스파고 은행 중역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제니퍼 리오던(43)인 것으로 확인됐다. 리오던은 엔진 폭발로 인한 파편이 기체 창문을 깨 기내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상체가 기체 밖으로 빨려 나갔다가 주위 승객과 승무원들이 잡아당겨 겨우 기내로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상체가 파편에 맞고 비행기 동체와 부딪히면서 크게 다쳤다. 승객 중 간호사(RN)인 페기 필립스가 이후 20분가량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고 비상착륙 즉시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한편 승객들과 미디어는 한쪽 엔진을 잃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여객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킨 조종사 태미 조 슐츠를 영웅으로 일제히 칭송했다. 해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슐츠는 동체에 구멍이 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했으며 착륙 후에도 승객들의 부상 여부를 일일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수 기자 [email protected]